대만의 여성 사형수, ‘검은과부거미’의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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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학교폭력변호사 린위루(45)는 대만에서 연쇄살인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최초의 여성이자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여성 사형수다. 보험금을 타내 도박빚을 갚으려고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남편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고, 2013년 사형이 확정됐다. 그리고 ‘검은과부거미’(짝짓기 뒤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거미), ‘희대의 패륜 며느리’라는 낙인으로 대만 사회에 박제됐다. 기자 후무칭(43)이 린위루가 수감된 교도소를 찾은 건 그러고도 9년이 지난 2022년 6월이었다. “(그녀가) 끝내 제대로 질문받지 못한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이 말은 사건의 진실이 수사기록, 판결문, 언론 보도에 박제된 것과 다를 개연성을 전제한다. 린위루도 사형선고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습과 별개로 이렇게 묻는다. “왜 언론은 저를 그렇게 보도해야 했나요?” 후무칭은 2년 남짓 린위루를 접견하고 그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친척과 이웃, 수사 관계자와 참고인, 교도관과 심리학자, 사형제 폐지 운동단체까지 취재했다. 무시로 의심과 후회, 좌절감에 사로잡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침략자는 늘 린위루였다. 그는 자기감정에 따라 상황을 쥐락펴락했고, 더러 진술 내용에 심각한 모순을 보이기도 했다. 수시로 돈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한 여성 살인범의 초상’(김주희 옮김, 글항아리 펴냄)은 그 고압선을 타고 나왔다. 공식적으로는 ‘후무칭 지음’이지만, 실은 린위루와의 공저다. 상·중·하 가운데 중편이 린위루가 후무칭의 권유로 쓴 자서전이다. 연쇄살인범 ‘검은과부거미’가 털어놓는 이야기라니, 너무나 통속적이지 않은가. 진실과 거짓을 어떻게 구분한다는 말인가. 그러나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 사형이 확정되고 십수 년이 흘렀다. 보험금을 노린 게 아니라 그야말로 살인적 폭력에서 탈출하려는 최후 수단이었다는 주장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자서전은 당사자의 진술과 공식 기록을 대조해 볼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이 사건에서 놓친 결정적인 문제를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다름 아닌 사회구조가 강요하고 편견으로 재구성한 범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