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계약하면 더 좋대”라는 말에 흔들릴 것 같아서, 전국웨딩박람회 가기 전 규칙부터 만들었다

  • 박고
  • 0
  • 179
  • 0
  • 0
  • Print
  • 글주소
  • 2026-09-05

“우리 박람회 가서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바로 계약할 거야?”

저녁을 먹다가 남자친구가 갑자기 물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조건 괜찮으면 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대답했는데, 말을 하고 나니 조금 불안했다. 전국웨딩박람회에 가면 하루 동안 여러 업체를 계속 보게 될 텐데 그 자리에서는 평소보다 판단이 빨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남자친구는 내가 원래 할인이나 한정이라는 말에 약하다고 했다. 억울해서 아니라고 했지만 지난달에도 필요 없던 주방용품을 행사 마지막 날이라는 이유로 산 적이 있어서 딱히 반박할 말은 없었다. 둘이 웃다가 전국웨딩박람회에서는 적어도 큰 금액이 들어가는 건 분위기에 휩쓸려 정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식탁에서 휴대폰 계산기를 켜고 우리가 생각하는 결혼 준비 예산을 다시 적어봤다. 웨딩홀, 촬영, 드레스처럼 아직 정확한 금액을 모르는 항목은 대략적인 한도를 잡고 그 이상이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일단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전국웨딩박람회에서 좋은 조건을 보더라도 전체 예산 안에서 봐야 한다는 게 우리 첫 번째 규칙이 됐다.

두 번째 규칙은 조금 더 단순했다.

“둘 중 한 명이라도 애매하면 그날 결정하지 않기.”

나는 마음에 드는데 남자친구가 고민하고 있거나 그 반대라면 설득해서 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전국웨딩박람회에서 여러 상담을 연달아 받다 보면 누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건 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정한 건 계약 전에 딱 세 가지만 확인하는 것이었다. 지금 결제해야 하는 금액, 나중에 추가될 수 있는 항목, 그리고 우리가 다시 생각할 시간이 있는지. 복잡한 체크리스트를 만들면 결국 안 볼 것 같아서 전국웨딩박람회에 가는 날에는 이 세 문장만 휴대폰 잠금화면에 적어두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남자친구가 종이에 크게 숫자 하나를 적어 식탁 위에 올려뒀다. 우리가 전날 정한 ‘이 금액을 넘으면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한다’는 기준이었다.

나는 그 종이를 접어서 지갑에 넣었다.

전국웨딩박람회에 가면 아마 예쁜 것도 많고 마음이 급해지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날 우리가 가져갈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견적표나 질문 목록이 아니라 지갑 안에 접어둔 그 숫자 한 장이 될 것 같다.

0
0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
captcha
자동등록방지 숫자입력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공지 <이은경쌤의 초등 글쓰기 완성 시리즈> 활용법 : 도서별 주제, '이런 친구에게 추천해요' 관리자 2024-07-25 15,288
공지 <이은경쌤의 초등 글쓰기 완성 시리즈> 가이드맵 및 교재 선택 가이드 관리자 2024-07-25 14,870
공지 교과서 및 지도서 자료실 이용 안내 +2 관리자 2021-02-25 20,607
공지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동영상 강의시 저작권 안내 관리자 2020-04-03 24,237
11912 “할머니는 많이 못 걸으셔” 그 한마디 때문에 원주웨딩박람회 보는 기준이 달라졌다 Hot 정혁 2026-09-05 175
11911 예쁜 긴 베일만 생각했는데, 제주웨딩박람회 보다 바람 부는 사진 한 장에 생각이 바뀌었다 Hot 김동환 2026-09-05 170
11910 휴대폰 한 번 울렸을 뿐인데 분위기가 확 깨졌다, 울산웨딩박람회 보다가 떠오른 장면 Hot 박민환 2026-09-05 187
11909 사진 많이 찍어주는 게 무조건 좋은 줄 알았다, 대전웨딩박람회 알아보다 생각이 바뀌었다 Hot 정혁 2026-09-05 171
11908 결혼식 날에도 계속 전화가 오면 어떡하지, 대구웨딩박람회 알아보다 연락 담당자를 정하기로 했다 Hot 박병 2026-09-05 171
11907 평소에는 편지도 안 쓰면서, 창원웨딩박람회 알아보다 서로 한 장씩 써보기로 했다 Hot 김현민 2026-09-05 173
11906 반지는 누가 가지고 있다가 주는 거지, 수원웨딩박람회 알아보다 갑자기 사소한 게 걱정됐다 Hot 윤형빈 2026-09-05 163
11905 하루에 웨딩홀 세 군데는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서울웨딩박람회 알아보다 계획부터 바꿨다 Hot 하영 2026-09-05 179
11904 꽃잎 뿌리는 장면이 그렇게 예쁠 줄 몰랐다, 천안웨딩박람회 알아보다 퇴장 순간까지 욕심이 생겼다 Hot 김한 2026-09-05 177
11903 밥 먹으러 갔는데 사진 찍는다고 다시 불려갔다, 인천웨딩박람회 알아보다 그날이 생각났다 Hot 윤호준 2026-09-05 163
11902 밥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광주웨딩박람회 알아보다 시식 얘기까지 갔다 Hot 박호준 2026-09-05 177
11901 웨딩홀만 예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강릉웨딩박람회 알아보다 신부대기실을 다시 보게 됐다 Hot 김현 2026-09-05 177
11900 토요일 오후가 제일 좋을 줄 알았는데, 부산웨딩박람회 알아보다 예식 시간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Hot 정대만 2026-09-05 182
11899 부산 창원에서 김해로 꽃 보낼 때 Hot 김이지나 2026-09-05 179
11898 김해에서 꽃을 받을 때 알아둘 것들 Hot 김이지나 2026-09-05 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