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입고 가려고 했는데 결국 운동화가 정답이었다, 코엑스웨딩박람회 준비하다 생긴 일

  •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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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9-05

처음 코엑스웨딩박람회에 가는 날을 상상했을 때는 괜히 조금 꾸미고 가고 싶었다. 결혼 준비를 하러 가는 날이기도 하고 드레스나 웨딩홀 이야기를 들을 테니 평소보다 단정하게 입으면 기분도 날 것 같았다. 그래서 옷장 앞에서 원피스를 꺼내놓고 신발까지 맞춰봤는데, 남자친구가 내 구두를 보더니 한마디 했다.

“그거 신고 하루 종일 걸을 수 있어?”

순간 대답이 안 나왔다.

예전에 코엑스에 다른 행사 때문에 갔던 날이 떠올랐다. 지하철에서 내려 행사장까지 걸어가고, 안에서도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생각보다 걸음 수가 많았다. 그날도 오후쯤에는 앉을 곳부터 찾았던 기억이 났다. 코엑스웨딩박람회에서도 상담 하나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부스를 돌아볼 생각이라면 구두는 시작부터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결혼 준비하러 가는데 운동화는 좀 그렇지 않나?” 싶어서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남자친구는 아무도 우리 신발을 보러 오는 게 아니라며 자기 운동화를 보여줬다. 결국 둘이 내기를 하듯 집 근처 쇼핑몰을 한 시간 정도 걸어봤는데 30분쯤 지나자 내가 먼저 벤치를 찾았다. 코엑스웨딩박람회 가기 전에 답이 나와버린 셈이었다.

신발을 바꾸기로 하니 이번에는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 들고 가려고 했던 작은 가방에는 휴대폰과 지갑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코엑스웨딩박람회에서 상담을 여러 번 받으면 안내자료나 견적서를 받을 수도 있고 물도 하나쯤 들고 다니고 싶었다. 결국 작은 크로스백 대신 손이 자유로운 가벼운 가방을 들기로 했다.

그날 밤에는 결혼식 준비 목록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리스트 하나가 생겼다.

운동화.
가벼운 가방.
작은 생수.
보조배터리.
중간에 한번 앉아서 쉬기.

남자친구가 목록을 보고 “우리는 결혼하러 가는 게 아니라 등산 가는 것 같다”고 해서 한참 웃었다.

지금은 코엑스웨딩박람회에 어떤 옷을 입고 갈지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깔끔한 옷에 오래 걸어도 괜찮은 운동화면 충분할 것 같다. 하루가 끝났을 때 예쁜 구두 때문에 발이 아팠다는 기억보다, 어떤 상담이 좋았고 둘이 무엇을 마음에 들어 했는지가 남는 편이 훨씬 낫다.

그리고 처음 꺼내놨던 구두는 다시 신발장 안에 넣었다. 그건 코엑스웨딩박람회가 아니라 진짜 결혼식 날 신는 걸 고민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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