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이 만든 초과세수, 이렇게 쓰자... 4가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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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변호사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차원이 다른 나라: AI 시대 한국의 장기 전략'이라는 글을 올렸다. AI 인프라 공급망에서 한국이 차지한 전략적 위치, 반도체 호황이 가져올 구조적 초과세수, 그리고 그 재원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 제기였다.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곧 마주하게 될 중요한 질문을 앞당겨 드러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외신과 국내 언론은 이를 기업의 초과이윤을 정부가 국민에게 나눠주려는 구상으로 해석했고, "김용범 발언 때문에 코스피가 급락했다"는 인과관계를 덧씌웠다. 그러나 이는 오비이락에 가깝다. 5월 11일 한국 증시가 장중 크게 흔들린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동아시아 주요 증시 역시 중동 불확실성 확대, 차익실현 압력, 단기 과열 경계감이 겹치며 유사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후 대통령실은 블룸버그가 '초과세수'를 '초과이익'으로 해석했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더욱 중대한 문제는, 이러한 혼선으로 인해 정작 다루어져야 할 핵심 쟁점이 충분히 부각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기업의 사적 이윤을 정부가 환수하자는 논의와, 법에 따라 거둬들인 추가세수를 국가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전혀 다르다. 전자는 시장경제의 원칙과 기업지배구조의 문제이고, 후자는 재정제도와 사회계약의 문제다. 두 문제를 섞으면 시장에는 불필요한 공포를 주고, 공론장에는 이념 논쟁만 남는다. 초과이윤'과 '초과세수'는 다른 문제다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하나는 기업의 초과이윤을 주주, 노동자, 협력업체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다. 다른 하나는 그 결과 국가에 들어오는 추가세수를 정부가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다. 두 문제는 연결되어 있지만 같은 문제는 아니다. 기업의 초과이윤은 기업 내부와 시장질서의 문제다. 주주는 배당과 기업가치 상승을, 노동자는 임금·성과급·고용 안정을, 협력업체는 공정한 거래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소재·부품·장비·설계·물류·전력·연구인력이 결합된 생태계 산업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부가 기업 이윤을 임의로 가져다 나눠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정부의 역할은 초과이윤을 직접 몰수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질서, 하도급 거래의 투명성, 노동자의 협상력, 장기 투자 유인을 제도적으로 설계하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