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대필’ 강기훈씨, 끝내 ‘조작 기소’는 불인정…35년 만에 민·형사 사실상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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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30

.성범죄피해자변호사 1990년대 ‘유서 대필’ 사건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강기훈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위자료를 추가로 인정받았다. 2022년 대법원이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한 지 약 3년6개월 만이자, 사건이 발생한 지 35년 만에 사실상 마지막 법적 판단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과거 수사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사건을 조작하고 부당하게 공소를 제기했다는 강씨의 주장은 끝내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위자료 액수만 다소 늘었을 뿐 사건의 본질은 외면한 반쪽짜리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고법 민사5-1부(재판장 송혜정)는 21일 강씨와 가족들이 제기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국가가 강씨에게 위자료 5333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아내에게는 500만원, 강씨의 두 동생에게는 각각 433만원을 줘야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법원은 국가가 강씨에게 8억원, 아내에게 1억원, 두 동생에게 각 500만원, 사망한 강씨 부모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는데 이번에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씨는 1991년 5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서강대 옥상에서 분신해 숨지자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은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필했다며 자살방조 등으로 기소했고, 강씨는 징역 3년과 자격정지 1년6개월을 확정받아 복역했다. 그러나 유죄의 결정적 증거였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의 필적 감정서가 위조된 점이 인정되면서 2015년 재심에서 최종 무죄가 선고됐다. 이후 강씨는 국가와 당시 수사 책임자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앞서 1·2심은 법무부와 국과수의 잘못을 인정해 강씨에게 8억원 등 총 11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불법 구금과 밤샘 조사, 변호인 접견권 침해 등 검사의 개별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11월 대법원은 중대한 인권침해나 조작 의혹 사건의 경우 국가 배상 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를 적용해서는 안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취지에 따라 수사 과정에서의 가혹행위 등 개별 불법 행위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추가로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사건을 개별적인 인권침해 행위로만 협소하게 한정 짓고, 1990년대 정권의 정세 반전을 위해 검찰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조작 기소’의 본질에 대해서는 다시 판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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