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안데스의 고지는 생각만큼 수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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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31

.필라테스 그렇지만 안데스의 고지는 생각만큼 수월하지 않았다. 출발지점의 해발고도는 3,000m에 가깝다. 조금만 경사가 심해져도 숨이 가빠지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숨을 고르려고 잠시 쉬기라도 하면, 훅 불어오는 바람에 섞인 미세한 모래가루가 입으로 들어와서 호흡을 더 어렵게 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안데스 똥바람이구나!" 이곳에 오기 전 사전조사를 위해 한국에서 아콩카과를 올랐던 사람들을 만났다. 저마다 여러 난관을 맞닥뜨렸었는데 모두 입을 모아 말하는 한 단어가 있었다. 그건 바로 '바람'. 안데스산맥은 남북으로 7,000km 이상 이어진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이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공기가 이 산맥에 막히면서 위로 솟아오르고 능선을 따라 가속된다. 그래서 산 정상 부근에는 제트기류에 가까운 강풍이 분다. 아직 등반 시작점인 베이스캠프도 못 들어갔는데 바람이 이 정도면 대체 정상의 바람은 어떨지 상상이 안 되었다. 새파란 하늘에 바람 한 점 없는 것 같다가도 가끔씩 훅 불어오는 돌풍은 매서웠다. 뻥 뚫린 풍경이 좋다지만 바람 막아 주고 모래도 덜 날리게 해주는 푸른 숲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아쉽지만 앞으로 짧게는 10일, 길게는 20일간 나무 한 그루 없는 황야를 걸어야 한다. 호화 에이전시 캠프 vs 개인 텐트 콘플루엔시아 캠프에 도착하니 거대한 돔 텐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름 시즌 동안 등반가들을 맞이하기 위해 대형 에이전시들이 상설 캠프를 구축해 놨다. 대형 에이전시 텐트에는 냉장고부터 오븐, 바비큐 기계까지 없는 게 없다. 이것과 비교하면 우리가 이용한 작은 에이전시인 안데스포르트Andesport는 키친 텐트와 다이닝 텐트, 그리고 침실 텐트까지 세 개의 허름한 돔 텐트가 전부였다. 심지어 이마저도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우리는 개인 텐트에서 잠을 자고 식사는 직접 해결하는 최저가 로지스틱 패키지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구석에 우리 텐트를 치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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