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 투쟁’을 피할 수는 없다

  • 호이아나
  • 0
  • 1,110
  • 0
  • 0
  • Print
  • 글주소
  • 2026-06-01

.상간녀소송 2024년 정치인 이준석이 종편방송에 나와 뉴라이트를 맹비난한 적이 있었다. 뉴라이트가 과거사나 국가 정체성 이슈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것이다. “뉴라이트라는 사람들이 본질적으로 왼쪽에 있다가 넘어와가지고 굉장히 뿌리가 약하니까 세게 하는 분들이다. 그러니까 역사밖에 건드릴 게 없는 거다.” “지금은 민생 이슈로 승부 봐야 되는데 역사 논쟁으로 승부 보려고 하는데, 뉴라이트라는 사람들이 같이 나이가 들어서 아는 게 이거밖에 없다.”8 현재의 민생 이슈를 제쳐두고 과거 역사만 이야기하는 것이 물론 칭찬할 일은 못 된다. 하지만 이준석의 발언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주장이다. 국가 정체성 서사는 정치의 가장 중요한 전장의 하나다. 오늘날 세계 각국의 극우 정치세력은 현실의 문제를 규정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기하는 준거점으로 국가 정체성 서사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고 있다. 비록 혐오와 차별로 얼룩진 허구일지라도, 극우는 세계의 인식론적 지도와 구체적인 목표를 대중에게 제공하고 있다. 반면 기득권 중도자유주의 세력의 서사는 갱신되지 못한 채 탈역사적 시장주의와 개인화된 도덕주의에 침전되어버렸고, 급진좌파는 정치적 생존이 불투명할 정도로 무기력하다. 서두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서사는 인간의 본성에 뿌리박혀 있을 뿐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고 표현하고 소통하는 데 필수적이다. 우리는 ‘서사 투쟁’, 정확히 말해 ‘기억과 서사를 둘러싼 투쟁’을 결코 피할 수 없다. 이는 또한 공동체 기억과 서사 속에 담긴 가치질서, 곧 무엇이 더 정당한 가치인지를 놓고 끝없이 투쟁해야 함을 의미한다. 다만 ‘서사과잉’은 피해야 한다. 서사과잉은 “사실에 바탕해서 서사를 엮어내는 게 아니라, 서사를 만들어놓고 거기에 사실을 욱여넣는” 것이다.9 결국 서사를 상대화한다는 것은 서사과잉을 피하면서 서사 투쟁에 임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국뽕’ 서사 같은 무조건적 긍정성이나 편집증적 음모론들은 피로와 냉소로 귀결하기 마련이다. 서사의 설득력은, ‘도파민 터지는 드라마틱함’보다는 기억과 서사에 담긴 가치질서에서 나온다. 서사가 정체성에 직결된 것일 때, 최근 미국이 보여주듯 치열한 논쟁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준석의 발언은 금세 잊히고 사라졌지만, 뉴라이트의 서사는 20년째 호출되고 있다. 뉴라이트는, 정치적으로는 무능했을지 몰라도 정체성 서사가 사회정치 담론의 급소라는 사실을 어떤 우익보다 잘 알고 있었다.

0
0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
captcha
자동등록방지 숫자입력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공지 <이은경쌤의 초등 글쓰기 완성 시리즈> 활용법 : 도서별 주제, '이런 친구에게 추천해요' 관리자 2024-07-25 14,220
공지 <이은경쌤의 초등 글쓰기 완성 시리즈> 가이드맵 및 교재 선택 가이드 관리자 2024-07-25 13,817
공지 교과서 및 지도서 자료실 이용 안내 +2 관리자 2021-02-25 20,004
공지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동영상 강의시 저작권 안내 관리자 2020-04-03 23,690
1449 인천웨딩박람회, 인천결혼박람회 준비 방법 정리 곽시원 2026-05-27 1,433
1448 '통일교 청탁' 건진법사, 2심서 감형…"샤넬백 제출한 점 참작" 릴리리 2026-05-27 1,331
1447 다이렉트웨딩박람회, 다이렉트결혼박람회 합리적인 결혼 준비 방법 곽시원 2026-05-27 1,412
1446 “전자레인지 3분 돌렸더니”…플라스틱 용기 실험서 나노플라스틱 최대 21개 과메기 2026-05-27 1,365
1445 코엑스웨딩박람회, 코엑스결혼박람회 방문 전 꼭 확인해야 할 정보 곽시원 2026-05-27 1,348
1444 교육부 “현장체험학습 사고, 중과실 아님 면책”… 이르면 다음주 구체안 김소영 2026-05-27 1,324
1443 “이럴 거면 도수치료 접겠다”…의료계도 환자도 난감 멸공가자 2026-05-27 1,369
1442 제주웨딩박람회, 특별한 결혼 준비를 위한 선택 곽시원 2026-05-27 1,364
1441 '대군부인' 논란인데… '멋진 신세계', 전공생도 놀란 디테일 "韓드라마 처음 웨박후 2026-05-27 1,374
1440 아디다스·펩시·KFC도 걸렸다…스벅처럼 뭇매맞은 글로벌 기업들 유뱅크 2026-05-27 1,357
1439 하정우·박민식·한동훈 나란히 콩국수 행사 참석…보수 단일화 변수 속 박민식 ‘삭발’ 노리치 2026-05-27 1,379
1438 부산웨딩박람회, 부산결혼박람회 결혼 준비를 쉽게 시작하는 방법 곽시원 2026-05-27 1,336
1437 화해의 과정은 곧은 길이 아니다이상화♥ 강남, 결혼 7년 만에 기쁜 소식… 축하합니다 소나타 2026-05-27 1,332
1436 창원웨딩박람회, 창원결혼박람회 지역 맞춤 결혼 준비 정보 정리 곽시원 2026-05-27 1,334
1435 ‘유서 대필’ 강기훈씨, 끝내 ‘조작 기소’는 불인정…35년 만에 민·형사 사실상 종결 닭갈비 2026-05-27 1,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