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학교에서 조용히 사라진 것들, 수학여행만이 아니다

  • 주작게임
  • 0
  • 770
  • 0
  • 0
  • Print
  • 글주소
  • 2026-05-10

.대전개인회생 쥐포 나눠 먹던 밤이 사라진 이유 가족여행이라는 말이 아직 낯설던 시절, 수학여행은 좁은 교실에 갇혀 있던 시간이 일 년에 한 번 세상으로 터져 나오는 통로였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쥐포를 나눠 먹으며 밤새 도란거리던 친구들의 숨소리, 경주에서 처음 마주한 첨성대의 고요한 위엄, 통영 바다 위에서 바라본 수평선의 깊이. 그 길 위에서 나는 교실에서 배운 단어들을 비로소 살아냈다. 협력, 배려, 책임. 그것들은 교과서의 문장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삶의 방식이었다. 지금의 아이들은 다른 세계를 산다. 여행은 흔해졌고, 낯선 풍경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수학여행을 앞둔 교실에는 설렘보다 무심한 공기가 흐른다. 이미 여러 번 경험한 세계 앞에서, 학교의 여행은 더 이상 '처음'이 아니다. 그럼에도 질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교실 밖에서 배우는 경험의 의미가 줄어든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그 경험을 감당할 용기를 잃어버린 것일까. 아이들을 지키려는 마음이, 아이들을 안전이라는 울타리 안에만 머물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월호 이후, '책임'은 왜 개인의 몫이 되었나 수학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우리는 한 장면을 떠올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절대적인 기준이 되었다. 그 상실은 너무 컸고,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의 방식이었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을 세우기보다, 책임을 더 잘게 나누고 아래로 흘려보내는 방향이 선택되었다. 그 결과, 위험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책임은 점점 개인에게 가까워졌다. 학부모의 요구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다. "혹시라도"라는 말은 단순한 예민함이 아니라, 아무도 완전히 믿을 수 없게 된 사회의 감각이다. 이곳에서 안전은 공공의 약속이라기보다, 각자가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조건이 되었다. 서류 더미에 묻힌 설렘, '내 아이만 따로'라는 요구들 수학여행은 떠나기 전에 이미 시작되고, 그때 이미 여행의 본질은 흐려진다. 계획서와 컨설팅, 안전요원 채용과 범죄경력조회, 초과근무계획과 여행자보험 지출 품의까지. 서류는 촘촘해지고 절차는 빈틈없어 보이지만, 그 정교함 속에서 서글픈 의구심이 따라온다. 이 모든 준비가 정말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사고 시 책임을 면하기 위한 장치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동의서를 보내자마자 걸려오는 전화들 속에는 불안이 가득하다.

0
0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
captcha
자동등록방지 숫자입력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공지 <이은경쌤의 초등 글쓰기 완성 시리즈> 활용법 : 도서별 주제, '이런 친구에게 추천해요' 관리자 2024-07-25 6,139
공지 <이은경쌤의 초등 글쓰기 완성 시리즈> 가이드맵 및 교재 선택 가이드 관리자 2024-07-25 5,973
공지 교과서 및 지도서 자료실 이용 안내 +2 관리자 2021-02-25 11,945
공지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동영상 강의시 저작권 안내 관리자 2020-04-03 15,900
583 “음료 반입 안돼요”…기사 눈찌르고 버스에 ‘대변’ 60대, 집유 에이스 2026-05-14 715
582 앤트로픽은 미토스의 위험성을 공동 대응하기 위해 '프로젝트 글래스윙' 외이링포232 2026-05-14 703
581 트럼프 “유럽 필요로 했을 때 없었다”…이탈리아·스페인도 주둔 미군 감축 검토 냉동고 2026-05-14 725
580 중노위 관계자는 조정 종료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언제든지 노사 양측이 다시 요청을 하면 풀세모 2026-05-14 731
579 "법인세뿐 아니라 근로소득세까지 감면".. 지역 불균형 해소 샘숭이 2026-05-14 725
578 앤트로픽 만난 류제명 차관…정부,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 의사 타진 외이링포 2026-05-14 725
577 삼성전자 사후조정 최종 결렬…정부, '총파업' 막을 카드 남았나 내로피 2026-05-14 724
576 시장 수급 실패를 왜 사유재산권 제한으로… 외톨이 2026-05-14 718
575 광복 후 생산기관 국유화 극복…서구식 경제체제로 건국 네로야 2026-05-14 712
574 예민한 투수라면 받아들이지 못했을 수도 있다. 김유지니 2026-05-14 715
573 성리학의 나라 조선, 사유재산 모으면 공격 대상 아제요 2026-05-14 726
572 삼성 반도체 신사업, 투자시계 다시 돈다 외이링포 2026-05-14 716
571 日 270여 영주, 수도 거주 명령…교통·상업 발달 계기 맘보숭 2026-05-14 725
570 李 “환단고기, 역사를 보는 입장 차이”… 학계 “가짜 역사책 언급 황당” 김유지니5123 2026-05-14 720
569 사유재산권 제한하면 반드시 비극 찾아온다 큐플레이 2026-05-14 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