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차 탄 아이도, 휠체어 탄 어른도… 모두가 함께 쓴 ‘여성마라톤’ 26년 역사

  • 승혜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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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3

.대구재활병원 1967년 4월, 미국 보스턴의 한 20대 여자 대학생이 출발선에 섰다. 여성이 오래 달리면 자궁이 손상된다는 통념이 버젓이 통용되던 시절, 캐서린 스위처는 신청서에 이니셜 'K.V. 스위처'로만 적어 출전권을 따냈다. 6km 지점에서 여성임을 알아챈 대회 관계자가 달려와 상의를 붙잡자, 스위처는 손길을 뿌리치고는 피투성이 발로 4시간 20분간 끝까지 달렸다. 이후 1972년 보스턴 마라톤이 여성에게 문을 열었고, 1984년 LA올림픽에서 여자 마라톤은 정식 종목이 됐다. 그는 2025년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부심을 갖고 달리세요. 여러분은 지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달릴 자유' 위한 투쟁이 축제가 되기까지 한국에서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 바로 여성마라톤대회다. 2001년 '아줌마마라톤대회'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뗐다. 남편과 자식을 뒷바라지하느라 자신의 꿈을 묻어 둬야만 했던 아줌마들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는 목표에서 출발한 대회였다. 이후 이름을 바꾸고 해를 거듭하며 지금까지 28만 4천여 명의 시민과 함께해온 5월의 대표적인 가족 마라톤 대회로 자리 잡았다. 특히 여성마라톤은 26년간 매해 달라지는 슬로건이 그 시절의 사회상을 오롯이 담아왔다. 이라크 파병 반대 운동이 거셌던 2003년엔 '가정 평화, 한국 평화, 세계 평화'를 외쳤고, 여성단체들이 '단체팀'으로 대거 참가해 반전·평화운동의 현장이 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엔 '위로와 다짐으로 희망을 나누다'는 슬로건 아래 1만 5천여 명의 참가자가 분홍색 대회 티셔츠 대신 검은 옷을 입고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뛰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엔 비대면 마라톤으로 전환했다가 2023년 다시 광장에 모였다. 올해로 26회. 수만 명의 발걸음이 새긴 여성마라톤의 역사는 한국 사회가 걸어온 발자국을 겹쳐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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