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학교에서 조용히 사라진 것들, 수학여행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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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0

.대전개인회생 쥐포 나눠 먹던 밤이 사라진 이유 가족여행이라는 말이 아직 낯설던 시절, 수학여행은 좁은 교실에 갇혀 있던 시간이 일 년에 한 번 세상으로 터져 나오는 통로였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쥐포를 나눠 먹으며 밤새 도란거리던 친구들의 숨소리, 경주에서 처음 마주한 첨성대의 고요한 위엄, 통영 바다 위에서 바라본 수평선의 깊이. 그 길 위에서 나는 교실에서 배운 단어들을 비로소 살아냈다. 협력, 배려, 책임. 그것들은 교과서의 문장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삶의 방식이었다. 지금의 아이들은 다른 세계를 산다. 여행은 흔해졌고, 낯선 풍경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수학여행을 앞둔 교실에는 설렘보다 무심한 공기가 흐른다. 이미 여러 번 경험한 세계 앞에서, 학교의 여행은 더 이상 '처음'이 아니다. 그럼에도 질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교실 밖에서 배우는 경험의 의미가 줄어든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그 경험을 감당할 용기를 잃어버린 것일까. 아이들을 지키려는 마음이, 아이들을 안전이라는 울타리 안에만 머물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월호 이후, '책임'은 왜 개인의 몫이 되었나 수학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우리는 한 장면을 떠올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절대적인 기준이 되었다. 그 상실은 너무 컸고,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의 방식이었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을 세우기보다, 책임을 더 잘게 나누고 아래로 흘려보내는 방향이 선택되었다. 그 결과, 위험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책임은 점점 개인에게 가까워졌다. 학부모의 요구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다. "혹시라도"라는 말은 단순한 예민함이 아니라, 아무도 완전히 믿을 수 없게 된 사회의 감각이다. 이곳에서 안전은 공공의 약속이라기보다, 각자가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조건이 되었다. 서류 더미에 묻힌 설렘, '내 아이만 따로'라는 요구들 수학여행은 떠나기 전에 이미 시작되고, 그때 이미 여행의 본질은 흐려진다. 계획서와 컨설팅, 안전요원 채용과 범죄경력조회, 초과근무계획과 여행자보험 지출 품의까지. 서류는 촘촘해지고 절차는 빈틈없어 보이지만, 그 정교함 속에서 서글픈 의구심이 따라온다. 이 모든 준비가 정말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사고 시 책임을 면하기 위한 장치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동의서를 보내자마자 걸려오는 전화들 속에는 불안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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