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편지도 안 쓰면서, 창원웨딩박람회 알아보다 서로 한 장씩 써보기로 했다
- 김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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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9-05
며칠 전 휴대폰 사진을 정리하다가 연애 초반에 남자친구에게 받았던 짧은 손편지를 발견했다. 지금 보면 별 내용도 아닌데 그때 어디에서 만났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까지 생각나서 한참 웃었다. 그러다 창원웨딩박람회를 찾아보던 중 결혼식 날 서로에게 편지를 남기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하나쯤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처음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사람들 앞에서 읽는 건 절대 못 한다”면서 벌써부터 부담스러워했다. 나도 하객들 앞에서 낭독하는 건 조금 민망해서 창원웨딩박람회에서 본식 이벤트처럼 크게 진행하기보다는 식이 시작되기 전에 둘끼리 조용히 교환하는 정도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나니 오히려 둘 다 괜찮다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길게 쓸 필요도 없고 지금까지 함께 지내면서 고마웠던 일이나 결혼식을 앞둔 기분 정도만 한 장에 적으면 될 것 같았다. 창원웨딩박람회에 가게 된다면 본식 전에 신랑신부가 잠깐 따로 시간을 가질 수 있는지도 한번 물어보고 싶다.
처음에는 당일에 서로 읽어주는 모습까지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길까 생각했다. 그런데 카메라가 바로 앞에 있으면 괜히 의식해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을 제대로 못 할 것 같았다. 결국 창원웨딩박람회를 다녀온 뒤 촬영 일정이 정해지더라도 편지를 읽는 순간만큼은 촬영을 꼭 해야 한다고 정해놓지 않기로 했다.
대신 편지 자체는 보관해두고 싶다. 결혼식이 끝난 뒤 정신없는 일정이 모두 지나가고 몇 년 후 다시 꺼내보면 그때 우리가 무엇을 걱정했고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준비했는지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창원웨딩박람회를 알아보면서 준비 목록은 계속 늘어나지만 이건 해야 할 일이라기보다 나중을 위해 남겨두고 싶은 기록에 더 가깝다.
처음 창원웨딩박람회를 찾아볼 때는 웨딩홀이나 비용처럼 현실적인 것들만 계속 비교했다. 그런데 오래된 편지 한 장을 발견하고 나니 결혼 준비가 꼭 무언가를 계약하고 결정하는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식이 시작되기 직전 둘이 잠깐 앉아서 서로가 쓴 편지를 읽을 수 있다면, 정신없이 지나갈 하루 속에서도 그 몇 분은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