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많이 못 걸으셔” 그 한마디 때문에 원주웨딩박람회 보는 기준이 달라졌다
- 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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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9-05
가족 단톡방에서 결혼식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가 한마디를 남겼다.
“근데 할머니는 오래 걸으면 힘들어.”
그 문장을 보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나는 원주웨딩박람회를 찾아보면서 웨딩홀이 예쁜지, 사진은 어떻게 나오는지 같은 것만 계속 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결혼식에 꼭 오고 싶다고 하셨지만 요즘은 오래 걷거나 계단을 오르면 금방 힘들어하신다. 아빠는 웨딩홀 입구에서 바로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으면 괜찮을 거라고 했고, 엄마는 주차장에서부터 거리가 멀면 그것도 힘들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그날부터 원주웨딩박람회에서 장소를 볼 때 체크할 항목이 완전히 달라졌다.
휴대폰 메모에는 원래 이렇게 적혀 있었다.
‘홀 분위기 / 식사 / 주차 / 예식시간’
그 밑에 새로 세 줄을 추가했다.
‘주차장에서 홀까지 거리’
‘엘리베이터 위치’
‘잠깐 앉아서 쉴 의자 있는지’
원주웨딩박람회에 가면 이 세 가지는 사진으로 판단하지 않고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남자친구는 처음에는 휠체어까지 준비해야 하는 건지 걱정했지만 아직 그 정도까지 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원주웨딩박람회에서 후보를 몇 군데 고른 뒤 실제 방문할 때 우리가 직접 주차장에서 예식홀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2~3분이면 도착하는지, 엘리베이터를 한 번 갈아타야 하는지, 연회장으로 다시 멀리 이동해야 하는지도 몸으로 확인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할머니뿐 아니라 다른 하객들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부모님 친구 중에도 연세가 있는 분들이 있을 것이고 어린아이를 안고 오는 가족도 있을 수 있다. 원주웨딩박람회를 알아보면서 처음에는 한 사람 때문에 확인하기 시작한 조건이었는데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 편한 웨딩홀을 고르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며칠 뒤 할머니에게 전화를 했더니 본인은 괜찮다며 “너희 좋은 데서 하면 되지”라고 하셨다. 역시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다. 전화를 끊고 남자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둘 다 같은 결론이 나왔다.
원주웨딩박람회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두 곳이 마지막까지 남는다면, 그때는 더 화려한 곳보다 할머니가 덜 걸어도 되는 곳으로 하자고.
아직 웨딩홀도 정하지 않았는데 우리에게는 벌써 첫 번째 우선순위 하나가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