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로 다 보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킨텍스웨딩박람회 보다 종이 한 장에 마음이 바뀌었다
- 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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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9-05
처음부터 종이 청첩장을 많이 만들 생각은 없었다. 친구들은 대부분 모바일로 보내면 되고 회사 사람들에게도 링크를 전달하면 편하니까 굳이 인쇄까지 많이 해야 하나 싶었다. 그래서 킨텍스웨딩박람회를 알아볼 때도 청첩장 코너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갈 것 같았다.
그러다 얼마 전 결혼한 친구가 남은 청첩장 세 장을 보여줬다. 화면으로 봤을 때는 비슷해 보였는데 직접 손에 올려보니 느낌이 전혀 달랐다. 하나는 종이가 두껍고 거칠었고, 하나는 매끈하고 반짝였으며, 마지막 것은 아주 얇았지만 색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집에 와서 남자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서랍에서 자기가 받아둔 청첩장 몇 장을 꺼내왔다. 생각보다 오래 보관하고 있는 게 신기해서 “왜 안 버렸어?”라고 물었더니 친한 사람 것은 괜히 버리기 아쉬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킨텍스웨딩박람회에 가면 종이 샘플도 한번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식탁 위에 청첩장을 세 장 펼쳐놓고 각자 마음에 드는 순서대로 골라봤다. 나는 글자가 작아도 여백이 넓고 단순한 디자인을 골랐고, 남자친구는 부모님께 드리기 편하게 날짜와 장소가 크게 보이는 쪽을 선택했다. 킨텍스웨딩박람회에서 실제 샘플을 보게 된다면 예쁜지만 볼 게 아니라 어른들이 읽기 편한지도 같이 봐야겠다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수량도 그날 처음 계산해봤다. 친구들에게는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고, 부모님 지인이나 직접 만나서 인사드리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종이 청첩장을 준비하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킨텍스웨딩박람회에서 주문 조건을 확인한 뒤 여분을 조금 추가하는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며칠 뒤 엄마에게 사진 세 장을 보내고 “어느 게 제일 나아 보여?”라고 물었다. 한참 뒤 돌아온 답은 디자인 이야기가 아니었다.
“두 번째가 글씨가 제일 잘 보인다.”
그 한마디를 보고 남자친구와 둘 다 웃었다. 킨텍스웨딩박람회에 가면 결국 우리가 고를 청첩장은 사진에서 가장 예쁜 한 장이 아니라, 직접 받는 사람이 펼쳤을 때 편하게 읽히는 한 장일 것 같다.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세 장 중에서는 그날 두 번째가 처음으로 살아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