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수가 적으니까 오히려 한 명씩 더 신경 쓰고 싶어졌다, 스몰웨딩 준비하다 생긴 일
- 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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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9-05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가 몇 년 전에 친구에게 받은 작은 생일카드가 나왔다. 앞면에는 내 이름이 손글씨로 적혀 있었고 안쪽에는 세 줄 정도의 짧은 메시지가 있었다. 선물은 이미 무엇을 받았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 카드는 아직 가지고 있다는 게 조금 신기했다.
그날 저녁 스몰웨딩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그 카드를 남자친구에게 보여줬다.
“우리도 사람 많이 안 부를 거면 이런 거 하나씩 써줄까?”
처음에는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문제는 실제 인원을 세어본 다음이었다.
가족, 친구, 직장 사람까지 이름을 하나씩 적어보니 생각보다 많았다. 스몰웨딩이라고 해도 10명, 20명만 오는 건 아니니까 모든 사람에게 서로 다른 내용을 손으로 쓰려면 꽤 큰 일이었다. 남자친구는 세 명쯤 적다가 분명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될 거라고 했다.
그래서 종이를 반으로 접어 두 칸을 만들었다.
왼쪽에는 ‘꼭 직접 쓰고 싶은 사람’.
오른쪽에는 ‘이름만 적어도 충분한 사람’.
부모님과 형제, 정말 가까운 친구 몇 명은 왼쪽에 들어갔다. 나머지는 테이블 위에 이름이 적힌 작은 자리카드만 놓는 방식이 나을 것 같았다. 스몰웨딩의 장점을 사람 수가 적다는 데만 두기보다, 적은 만큼 누구를 초대했는지가 조금 더 보이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다음 고민은 카드를 언제 주느냐였다. 입구에서 하나씩 나눠주면 정신없을 것 같고 선물처럼 포장하면 또 일이 커진다. 결국 스몰웨딩 장소가 정해지면 각 자리 위에 이름표처럼 올려두는 방식부터 가능한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식사가 자유석이라면 아예 카드 대신 테이블별 작은 메시지를 하나 두는 쪽으로 바꿔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날 밤 우리는 실제로 테스트를 해봤다. 서로에게 쓸 말을 세 줄씩 적어보기로 했는데 나는 금방 끝났고 남자친구는 한참 동안 펜만 들고 있었다.
결국 나온 문장은 이랬다.
“오늘 와줘서 고맙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가.”
내가 너무 짧다고 놀렸더니 남자친구는 “이게 제일 진심인데?”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꼭 멋있는 문장을 준비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스몰웨딩 준비 노트에는 하객 명단 옆에 작은 별표가 몇 개 붙어 있다. 별표가 있는 사람에게만 손글씨를 쓰고 나머지는 이름이 적힌 카드로 준비할 예정이다. 아직 스몰웨딩 장소조차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이 부분은 꽤 빨리 결정됐다.
결혼식 날 누군가 자기 이름이 적힌 작은 카드를 발견하고 잠깐이라도 웃어준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다.

